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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이야기한 로큰롤러

브루스 스프링스틴(Bruce Springsteen) <The River>(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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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가치관의 붕괴, 노동자들이 느끼는 삶의 다양한 감정들과 작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희망을 좀더 깊이 있게 표현했다는 점에서 높은 가치를 지닌다.

대다수 대중음악 가사의 소재는 남녀의 사랑 얘기이기에 그것이 아닌 다른 내용으로 채워진 노래가 관심을 받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록 뮤지션 브루스 스프링스틴을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현실에 대해 주의 깊게 고찰하고, 이를 진지하게 노랫말로 풀어냄으로써 음악 팬들은 물론 평론가들에게도 주목을 받은 인물입니다. 가끔은 신세대식 사랑 방법이나 남녀를 유혹하는 것들 말고 다른 진솔한 내용으로 된 노래를 듣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브루스 스프링스틴(Bruce Springsteen) <The River>(1980)

미국 음악 사회에서 ‘보스’로 추앙받는 브루스 스프링스틴(Bruce Springsteen)의 음악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그의 1980년 앨범 <The River>는 이전 앨범 <Born To Run>에서 표현하고자 했던 노동자들의 절망적인 현실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삶의 묘사를 통해 애환과 분노, 더불어 희망을 말하고자 했던 작품이다.

앨범에는 그가 삼십 대의 눈으로 바라본 더욱 세밀한 미국 사회의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 가족 가치관의 붕괴, 노동자들이 느끼는 삶의 다양한 감정들과 작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희망을 좀더 깊이 있게 표현했다는 점에서 <The River>는 높은 가치를 지닌다.

베트남전이 막 끝난 후인 1975년, 그는 당시 발매된 <Born To Run>에서 미국 하층민들의 힘들고 거친 삶을 이야기했다. 사회적인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대변한 그의 음악이 대중들이나 평론가들에게 호응을 이끌어 낸 것도 큰 소득이었다. 홀로 버려져 비참하게 추락해버린 인생을 노래한 「Tenth avenue freeze-out」이나, 패배자들로 가득한 도시로부터의 탈출을 묘사한 「Born to run」, 약속의 땅을 향해 길을 떠나는 「Thunder road」 속의 사람들은 ‘도피하기 위해 태어났다’는 앨범 타이틀 <Born To Run>의 정서에 맞닿아 있다.

반면 <The River>에서 그가 그리는 삶은 좀더 구체적이다. 그는 베트남전쟁의 패배를 딛고 강한 미국이란 슬로건을 내걸어 막 출범하려는 레이건 공화당 정부를 비웃기라도 하듯 빈부 격차에서 비롯된 한층 더 비참하고, 상실감에 젖어 있는 대다수 미국인들의 다양한 삶을 솔직하게 펼쳐놓는다.

‘당신은 상처받았고, 나오는 것은 울음뿐이네요.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그 누구도 옆에 두려하지 않는 군요. 당신은 힘들게 장님처럼 걷고 있어요. 타이로 질근 동여매고서.’ (「The ties that bind」)

‘당신은 새 남자가 생겼다고 말하네요. 내가 줄 수 없는 것을 줄 수 있는 남자라면서. 내가 어찌하든 소용없다고, 우리 사이는 끝났다고 말하는군요.’ (「Fade away」)

‘어제는 친구랑 쇼핑몰에 갔었어. 벽에 걸 만한 걸 찾아보려고 말이야. 마루에 두면 좋을 램프가 있어서 만져봤더니 점원이 내게로 다가와서 말하네. “얘, 안 사려거든 건드리지 마라. 보기만 하고 건드리진 마.”’ (「You can look but you better not touch」)

‘난 킹스타운의 한 바에서 그녀를 만났지. 우리는 사랑에 빠졌지만 난 알고 있었어. 사랑은 영원하지 않다는 걸. 우린 모든 것을 걸었지만 결국 헤어졌지. 그리고 지금 난 다시 킹스타운에 와 있어.’ (「Hungry heart」)


위의 가사에 나타난 것처럼, 일반 사람이 느끼는 인생이나 사랑의 감정은 마냥 밝거나 희망적이지 않다. 낙담하고, 좌절하고, 차별받는 현실적인 삶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전쟁 후 빈부 격차가 극심해진 미국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었다. 전하는 메시지는 「Point blank」나 「Wreck on the highway」 「Stolen car」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앨범에선 마냥 패배에 젖어 있는 무기력한 미국인들만을 다루지는 않았다. 그는 낙담하고, 상처받은 감정을 추스르는 동시에 그 속에서 새롭게 피어나는 희망을 이야기한다.

‘거리를 지나는 당신을 봅니다. 유모차를 끄는 당신 머리에 묶인 리본조차 외로워 보이네요. 나를 당신 곁에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라고 말해줄래요? 이 혼란한 세상에서 홀로 두 명의 아이를 키우는 건 일하는 여성에겐 외로운 삶이겠죠. 작은 소녀여. 나는 당신과 결혼하고 싶습니다. 그래요. 난 당신과 결혼하고 싶어요.’ (「I wanna marry you」)

‘어느 날 길을 걷다 울고 있는 그녀를 봤죠. 상처받은 그녀는 다시는 사랑하지 않을 거라 했어요. 하지만 언젠가 그 울음도 멈출 테니 다시 시작해봐요. 두 마음은 하나보다 나은 거예요. 사랑을 찾아요.’ (「Two hearts」)


「I wanna marry you」나 「Two hearts」에서 나타나듯 그가 제시하고 있는 희망은 바로 사람이다. 물질에게든 사랑에게든 상처받은 감정은 결국 사람이 치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사소하지만 미처 깨닫지 못한 것들을 지극히 일상적인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전한다. 더군다나 이런 가볍지 않은 주제를 경쾌한 로큰롤 풍으로 풀어낸 점이 이 앨범을 더 돋보이게 하는 점이다. 비교적 밝은 업 템포 곡에 풀어낸 인생의 암울한 현실은 우리에게 분노와 좌절뿐만 아니라 그것을 이겨낼 수 있는 희망까지도 함께 선사하고 있다.

진솔한 메시지를 통해 대중에게 다가간 <The River>는 그에게 첫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라는 영예를 안겼다. 싱글 「Hungry heart」 역시 활동 최초로 전미 차트 톱10(5위)에 올랐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음악적 시도가 대중의 인정을 받으며 그의 음악적 기반을 다지는 데 크게 일조했다는 점이다.

<The River>에서 체득한 경험은 1984년 그의 최고 히트작 <Born In The U.S.A.>를 탄생시키는 데 큰 공을 세웠다.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Thriller>를 얘기할 때 예고편 <Off The Wall>이 빠지지 않는 것처럼,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Born In The U.S.A.>를 언급할 때 <The River>를 빼놓을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글 / 성원호 (dereksung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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